THE SPYGLASS Building.


Gangnam-gu, Seoul, Korea

37살.
이 건물의 나이다.
1984년에 완공이 되었으니 우리는 이 건물이 36살 때 만난 것이다.

강남의 대로변 코너에 위치하니 사람들의 가치 평가 기준에서는 값어치가 높은 건물이지만,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눈에 띄지 않았다?’라고 단순하게만 말할 수 없는 컨디션과 외형이었다.

우리는 처음 공간과 마주할 때 많은 교감을 하게 되는데, 이 건물, 이 공간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살았을지 조금은 가늠이 되었다. 
우리는 과거에 이 건물보다 족히 10년 이상 오래된 건물과도 마주한 적이 있었지만 이 건물은 사뭇 달랐다.
건물의 상태를 배려하지 않은 변형, 쓰임...
반복적으로 뜯고, 부수고, 덮고 세워지며
‘존중받지 못했구나!’

우리는 건물도 인생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용하는 사람들에 따라 그에 맞는 건물의 시간이 가고 간혹, 그에 따라 건물이 본래 갖고 있던 역량과 개성과는 상관없이 물리적인 생명력이 정해지기도 한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이 거리에서 이 건물이 당당히 주목받으며, 본래 갖고 있던 장점을 다시 재생시켜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사람들에게 가치를 존중받으면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시간을 잘 담아 가길 바란다.


공사 전









 
오랫동안 계단의 바닥을 덮고 있던 데코타일을 벗겨내고, 갈아내고, 또 갈아내고...
원래의 얼굴이 드러나니 상해 있던 약간의 상처조차도 자연스럽고 편안한 공간으로 회복되었다.



디자인을 할 때 가장 큰 고민이었던 부분은 층마다 같은 크기, 일정한 간격으로 있던 창호였다. 그러다가 창 프레임을 각각 다른 형태로 만들어 보았더니 한 공간에서 각각 다른  프렘임에 담기는 외부의 풍경이 오히려 재미있게 완성이 되었다.
한 공간에서도 창의 형태들이 다른 것이다. 이처럼  가끔 작업을 하다 보면 시작 전에는 건물이 갖고 있던 단점이 오히려 건물의 장점으로 완성이 될 때 건물에 대한 마음이 어느 때보다도 가볍고 후련해지는 걸 느낀다.



계단실의 자연스러움을 내부공간까지 연결하고 싶었다.
3겹, 4겹으로 덮여있던 바닥 마감재를 걷어내고 벽과 천정에도 화려한 장식을 하지 않고 차분하게 완성을 시키니 오히려 보이지 않던 가로수 나무가 공간 안으로 들어왔다.
공간은 자연의 배경이 되었고, 건물은 37년 만에 나무와 교감하게 되었다.

공간이 잘 완성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 중에 중요한 점은 건축주의 생각이다.
우리는 기존의 건물, 공간이 갖고 있는 단점과 장점을 파악하게 된다.
당연히 장점을 살리고 단점이 보완되어 완성이 되면 좋은 공간이 완성되는데 거기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기준의 ‘본질’이라는 것이 있다.

이 ‘본질’은 사용자의 의견을 수용하여 공간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존중되기 힘들 때도 있는데,
이 건물은 건축주와 우리, 건물과 우리 사이의 존중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깊이 있게 충분히 고민할 수 있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건물의 생명력을 더 불어넣어 주고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공간은 사용자의 이해와 공간에 대한 존중, 이해가 서로 공존할 때 서로가 배려되는 완성도 높은 공간이 탄생한다.
이는 절제, 이해, 존중. 
안정된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은 사람도 안정시킨다고 믿기 때문에 이는 참으로 중요하다.

긴 여정이었는데 이렇게 공간이 잘 완성될 수 있게 많은 과정을 함께 나누고 소통하며 저희에게 보여주신 신뢰와 깊은 배려에 감사드리고
함께 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4층.
우리가 처음 마주했을 때의 내부 상태는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 위해 모든 시설물들이 ‘철거만’ 되어있는 상태였다.
벽이었던 흔적, 일부 남아있던 벽지, 주방이었던 것으로 예측이 가능한 타일, 페인트...
천정에 구멍을 뚫었다가 필요가 없어져 시멘트로 대충 막아놓은 구멍까지...
그동안 사람들과 쌓여있던 시간들이 보였고, 엉켜있는 흔적들에서 고스란히 들리는 그 이야기가 꾀나 흥미롭게 느껴져서 너무도 매력적인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 공간은 유지만 잘 시켜주면 너무도 재미있고 자유로운 공간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안전진단에 따른 구조보강을 해서 건강하게 유지시키고 바닥에 우드플로링을 시공하여 전체적인 공간을 조화롭게 완성시켰다.







옥상에서 4층으로 물건을 양중 하기 위해  뚫었다가 시멘트로 막아 놓았던 구멍을 복원하여 4층으로 햇빛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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